[지구촌 리포트]
지난 한 해 동안 중국 식품 기업들이 촉발한 여론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마루치(麻六記)의 솬라펀(酸辣粉) 곰팡이 논란을 시작으로, 바이궈위안(百果园) 회장의 소비자 ‘훈계’ 발언 논란, 시베이(西贝)의 냉동 간편식 파동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들 사건의 이면에는 공통된 메시지가 담겨있다. 바로 맛과 속도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안전’, ‘투명’, ‘책임’이 브랜드 가치의 새로운 기반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ESG 성과, 선도 기업은 소수
지난 한 해 식품 기업(주로 포장 식품, 음료·주류 관련 기업)의 ESG 성과를 돌아보면, 상다오컨설팅(商道咨询)의 파트너 랑화(郎华)는 ‘현재 업계 다수 기업이 주요 ESG 평가에서 평균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선도 기업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평가했다. MSCI 기준으로 ESG경영 AA급 이상을 받은 기업으로는 멍뉴(蒙牛), 이리(伊利), 충칭맥주(重庆啤酒), 버드와이저 APAC(百威亚太), 아유(澳优) 등이 포함된다.
중국 정부의 정책 및 규제 강화, ESG 평가의 투자 유인 효과 확대, 소비자 인식 제고, 그리고 신흥 리스크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 내부 수요가 맞물리면서 ESG는 중국 식품기업의 핵심 경영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환경과 사회 영역에서 잠재 리스크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ESG는 기업 경쟁력과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전략적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랑화 파트너는 ‘식품업계 내에서도 세부 분야별로 ESG 성과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며 ‘유제품과 주류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ESG 관리가 더 체계적이며, 정보 공개 수준과 평가 성과 역시 다른 분야보다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세 가지 측면에서 중국 상장 식품 기업의 성과는 어떠할까
1. 환경(E) : 가치사슬 심층으로 진입한 선도 기업, 데이터 공백은 여전히 과제
식품 및 식품 포장 기업의 환경성과를 평가할 때는 기후 변화 대응과 온실 가스 배출 관리, 포장재 관리, 수자원 관리, 토지 이용과 생물 다양성 보호 등이 핵심 지표로 꼽힌다.
랑화는 ‘식품기업의 가치 사슬은 매우 길고, 토지 이용과 에너지 활동 등 다양한 배출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료 재배와 연관된 산림·토지·농업(Forest, Land and Agriculture, FLAG) 부문은 에너지·산업 부문에 이어 세계 3대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전 세계 온실 가스총배출량의 약 27%를 차지한다.
포장은 식품·주류 기업의 주요 비용 요소이자 제품 보호 수단으로, 플라스틱 감축, 산림 탄소 흡수원 관리, 온실 가스 배출 등 중대한 환경 영향을 수반한다. 물 역시 핵심 원자재로써 수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관리는 환경적·경제적 성과에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원자재 생산·조달 과정에서 산림 훼손과 서식지 파괴, 사업장 입지로 인한 생물다양성 영향도 잠재적 리스크로 지적된다.
환경 정보 공개 수준에서는 멍뉴와 이리가 여전히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두 기업은 종합 ESG/지속가능성 보고서 외에도 핵심 환경 이슈별 세분화된 주제 보고서를 별도로 발간했다.
멍뉴는 기후 관련 정보 공개 보고서, 자연 관련 정보 공개 보고서, 녹색 포장 가치 보고서를 발표했고, 이리는 탄소 중립 미래 보고서, 생물 다양성 보호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러한 특별 보고서는 두 기업이 환경 리스크 식별,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와 목표, 구체적 실천성과를 더 깊이 있게 보여준다.
세부 업종별로도 의미있는 사례가 나타났다. 유제품 업계에서는 이리와 멍뉴가 명확한 탄소 감축 로드맵을 제시하고, 전 가치사슬을 아우르는 감축 전략과 디지털 기술 기반의 온실가스 관리 체계를 강조했다.
조미료 업계에서는 선도 기업인 하이티엔(海天)이 내부 탄소가격 제도를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하이티엔은 국내 탄소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기업 맞춤형 탄소 단가를 산정하고, 이를 에너지 절감 및 탄소 감축 프로젝트 투자 회수 기간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충칭 맥주, 농부산취안(农夫山泉), 마오타이(茅台) 등은 제품 전 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해 가치사슬 단계별 배출 비중을 파악하고, 이에 기반한 감축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 사회(S) : 식품 안전은 생존의 기준, 영양 건강은 새로운 가치의 축
사회적 성과 평가에서 핵심지표는 △제품 품질 안전 △영양·건강 증진 △공급망 관리 △책임 있는 마케팅 △고객 서비스 △산업 안전 △근로자 권익 △농촌 진흥 △중소 공급업체 보호 등으로 정리된다.
식품 안전은 식품 기업의 절대적 기준선이다. 최근 규제 강화와 사회적 감시 확대 속에서 기업들은 식품 안전 관리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시장감독관리총국(市场监管总局)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중국 식품 안전 샘플 검사는 263만 9,400건을 실시하였으며, 불합격률은 2.61%로 집계됐다. 불합격률은 매년 축소되는 추세이며, 이는 전반적인 식품 안전 수준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요 식품 기업들의 정보 공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중대한 식품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모든 기업의 ESG 핵심 이슈에서 식품 안전은 최우선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랑화는 ‘대부분의 기업이 원산지부터 소비자 식탁까지 전 과정 관리 체계를 구축했으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추적 관리도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리, 멍뉴, 수징팡(水井坊) 등이 대표 사례다.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는 농부산취안, 이리, 멍뉴, 마오타이, 수징팡 등이 공급업체 행동 강령과 제3자 평가 체계를 통해 노동권 보호 수준을 제고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되는 변화는 ‘영양 건강’이다. 저당·무당, 저염, 저지방, 영양 강화 제품, 유기농 식품 등이 핵심 관리 영역으로 부상했으며, <식품안전국가표준 예포장식품 영양라벨 통칙>은 기업의 제품 개발과 표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노인·아동 등 특정 소비자층을 겨냥한 제품과 공익 프로젝트도 확대되고 있다.
3. 지배구조(G) : 이사회 감독, 형식에서 실질로
지배구조 평가의 핵심은 △이사회 차원의 ESG 감독 △리스크 관리 체계 △반부패 정책 △이사회 독립성과 다양성 △내부 고발 제도의 실효성이다.
랑화는 ‘이사회에 ESG 전담 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는지, ESG 전략에 기반한 정량적 목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농부산취안, 하이티엔, 멍뉴, 수징팡, 이리 등은 비교적 체계적인 ESG 목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경영진 보수와 ESG 성과를 직접 연계한 사례는 여전히 제한적이며, 멍뉴와 이리가 상대적으로 앞서있다는 평가다.
▶시사점
중국 식품 상장기업의 ESG 성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인식은 확산되었지만 실행력은 분화되는 단계’에 진입했음이 분명해진다. 환경(E) 차원에서는 가치사슬 전반으로의 관리가 진행되고 있으나 관련 데이터 부족이 과제로 남아있고, 사회(S) 차원에서는 식품 안전을 넘어 영양 건강으로의 가치 혁신이 요구된다. 지배구조(G)에서는 이사회 감독이 실질화되고 있으나, 보상체계와의 연계는 아직 초기단계이다.
공급망의 탄소 발자국부터 최종 제품의 영양 가치, 이사회 감독에서 현장 품질 관리에 이르기까지 ESG는 중국 식품 산업의 경쟁 지형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업계는 이미 ‘형식적 도입’ 단계를 넘어 ‘정밀한 심화 경쟁’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표면적 대응에 머무는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출처 : 후시우(虎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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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베이징지사 박원백(piaoyuanbai@at.or.kr)
※ 이 기사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제공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